예를 들면, 시험에 실패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내적 원인으로 삼고, 이는 변화시키기 어려운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며 안정적 원인으로 돌리고, 사소한 능력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적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포괄적 원인으로 못을 박을수록 더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적 접근은 동일한 사건을 경험하고도 어떤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잘 견디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아마도 우울증은 통제할 수 없는 원인이 자기 내부에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무기력이나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자신이 통제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제 부위의 지각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정적, 부적 사상들이 개인의 행동 결과들이며, 따라서 개인의 통제하에 있는 것으로 지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정적 부적 사상들이 개인의 행동과는 무관해서 개인적 통제 밖에 있는 것으로 지각한다. 전자는 내부 통제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고 후자는 외부 통제의 신념을 갖는 사람들이다. Rotter는 이 두 집단을 구분하는 내외 통제척도를 개발하였다. 통제의 동기는 삶의 여러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동일한 수준의 소음에 노출된 피험자들에게서도 소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시를 받은 피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피험자들보다 훨씬 소음에 대해 부적 영향을 적게 받았다. 삶에서 통제의 가능성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는 Langer의 양로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감 나게 제시되었다. Langer는 아무리 시설이 좋은 양로원이어도 노인들이 행복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양로원에서는 모든 것이 정해진 시스템(통제)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어 노인들이 자기 삶에 대해 전혀 통제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원인임을 발견하였다. 노인들은 하루의 일과, 일주일의 일정, 관람해야 할 영화, 식단, 심지어 식사 시에 앉을 자리까지 미리 정해져 있었다. 이 노인들에게 그들이 키울 화초에 대한 선택, 면회할 날짜에 대한 선택 등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약간 돌려주었더니 그렇지 않았던 노인들보다 더 행복해하고 건강하며 더 오래 살게 되었다. 자기 삶에 자기 주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다음은 사회 장면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대부분 사회 장면 속에서 일어난다. 사회 장면 안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모두 사회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나 동물의 사회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유전적 특질, 사회화, 그리고 현재의 사회 장면 이 세 가지가 있다.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소질은 인간이나 동물의 종이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하여 갖추게 된 것이다. 진화 단계가 낮은 동물의 경우엔 유전적 소질이 사회행동을 압도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있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유전적 소질이 사회행동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일이 거의 없다. 사회화도 인간이나 동물의 사회행동을 결정하는 한 요인인데 사회화란 한 개체가 태어나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겪은 사회적 장면의 결과로 변하는 과정을 말한다. 유전적 소질이 개인차보다는 종의 전반적 특성을 결정짓는 데 반해 사회화는 개체 간의 차이를 내게 하고 또 문화 간의 차이를 내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가정교육이나 학교 교육 같은 것은 사회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행동에 영향을 주는 셋째 요인은 개체가 처해있는 행동이 일어날 당시의 사회 장면이다. 당장의 사회 장면은 왜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현대 사회심리학은 인간의 사회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유전이나 사회화와 같은 요인보다는 개인이 처해있는 당장의 사회 장면이란 요인에 초점을 맞춘다. 당장의 사회 장면의 효과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인간의 사회행동 결정에서 사회 장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화는 사회 장면의 일부로 간주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사회 행동들을 보면 직장에서 일하고, 버스를 타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책이나 신문을 읽고, 핸드폰을 보는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의 나이, 직업, 성별에 따라 이들 중 특정한 행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달라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이 피상적으로 우리의 생활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지만 이런 행동들의 나열만으로는 오늘날 심리학이 중요하게 다루고 연구하는 문제들을 알아내기 어렵다. 사회 장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이 똑같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사회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글에서는 다음 네 가지 종목만을 다루기로 하겠다. 하나는 사회지각의 문제로 사람이 어떻게 타인이나 자신을 파악하게 되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다. 둘째는 사회 영향이라 불리는 문제로, 사람이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움직이게 하느냐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세 번째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가까워지고 친밀한 사이가 되며 어떤 사람과 사귀게 되는지를 다루는 친교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넷째는 집단 내에 어떤 상황이 존재하며 개인은 집단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으며, 집단이 보이는 현상들은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지를 다루는 집단심리의 문제가 있다. 하나하나 차근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다룰 내용은 사회지각이다. 사회지각은 사물의 지각을 다루는 물리 지각에 대하는 용어로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파악하고 해석하느냐를 다룬다. 우리는 매일 수없이 많은 사람을 접촉하며 그때그때 우리 앞에 나타난 사람에 대해 성격, 능력, 의도, 감정, 생각 등을 살피고 그로 인해 벌어질 사회적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고 예상하게 된다. 다음 글에 이어 사회지각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심리학
학습된 무기력과 사회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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